일곱 골짜기
“경이의 드높은 정상에 이른 후, 그 여행자는 진정한 가난과 절대적인 무아의 골짜기에 당도하게 된다오. 이 경지는 자아로부터 죽고 하느님 안에 사는 것으로, 자아 속에서는 가난하되 염원이신 분 안에서는 부유한 것이라오. 여기서 말하는 가난함이란, 이 창조된 세계의 물질들에 있어서 가난하고 하느님 세계의 것들에 있어 부유함을 의미한다오. 하느님을 참으로 사랑하고 그분께 헌신하는 벗이 임의 면전에 도달할 때, 임의 번득이는 아름다움과 구애자의 가슴에 이는 불씨는 불꽃을 일으켜 모든 장막과 포장을 훨훨 태워버릴 것이기 때문이오. 실로 그가 지닌 모든 것은 심장에서부터 피부까지 타올라 벗 말고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게 될 것이오. [...]
오, 나의 벗이여! 그대 마음과 영혼으로써 정신이 부르는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눈처럼 이를 소중히 하시오. 신성한 지혜는 봄날 소나기 같아서 인간 마음의 대지에 비를 영원토록 뿌리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오. 관대하신 분의 은총이 절대 멈추지 않고 끊이지 않더라도 때와 시대마다 그 일부만 허용되고 한몫의 은혜만 내려지며 그 양이 정해져 있다오. ‘거기엔 단 한 가지도 없으나, 우리와 함께 할 때는 창고와 같으며, 우리는 일정한 분량만 내려보낸다’라고 하였소. 임의 자비의 구름은 정신의 동산에만 비를 뿌리며, 봄날에만 그 은혜를 하사한다오. 다른 계절에는 이 가장 큰 은총의 몫은 내려오지 않고 불모지도 이 은혜의 어느 부분도 하사받지 못한다오.
오, 형제여! [...] 가지라고 다 꽃을 피울 수 없으며, 밤꾀꼬리도 가지마다 앉아 노래 부르지는 않는다오. 그러니, 신비의 낙원에 있는 밤꾀꼬리가 하느님의 정원에 날아들고, 신성한 아침의 빛줄기들이 진리의 태양으로 되돌아가기 전에 그대의 노력을 기울이시오. 그리하여 이 사멸하는 세계의 티끌 속에서도 영원히 존재하는 정원의 향기를 맡고,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그림자 속에서 영원히 살도록 하시오. 여기 최상의 경지에 달하여 이 가장 강력한 영역에 오르게 되면, 그대는 임을 바라다볼 수 있고 나머지는 모두 망각하리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