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불교 스님인 도겐 선사는 일본에서 선불교의 조동종을 설립했습니다. 도겐 선사는 방대한 저술로 유명하며 95으로 구성된 쇼보겐조(정법안장) 그의 말과 시, 주석서 모음집인 영평행록, 일본 최초의 선승 규정인 영평청규가 있습니다. 『도겐의 선시- 영원한 평화의 산에서 온 시』라는 책은 도겐 연구 학자인 스티븐 하이네 박사의 책입니다. 영적인 시들은 사랑의 의식을 고양시키고 영혼을 달랜다고 합니다. 이제 『도겐선사의 선시: 영원한 평화의 산에서 온 시』의 2부 4장의 시들을 발췌하여 소개하겠습니다.
산중 생활의 시들: 맑고 상쾌한 이 가을 밤 산에 나무들은 잎이 다 떨어졌네. 보름달은 지붕 위로 두둥실 떠 있어 의지할 데도 없고 집착할 데도 없네. 모락모락 올라오는 따뜻한 밥의 김처럼 앞뒤로 헤엄치며 첨벙이는 물고기처럼 떠다니는 구름처럼 흐르는 물처럼 자유롭고 애씀이 없구나.
이 내 초상화를 진짜라고 여긴다면 그럼 진정 나는 무엇인가?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길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면 왜 거기 걸려 있는가? 이 초상화를 보면서 거기 걸려 있는 것이 진짜 나라고 말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마음은 절대로 벽과 하나되지 못할 것이네. (보리 달마의 동굴 면벽 명상에서처럼)
내 코는 산보다 높고 내 눈은 바닷물보다 밝으며 내 머리는 부채처럼 자유로이 움직이고 내 발은 당나귀 발처럼 뾰족하네. 내가 주지 방에서 가르칠 땐 땀에 젖은 주먹을 올리길 좋아하고 법당에서 설법할 때면 늘 시자들에게 기대야 하네. 누가 물을 달라하면 난 양동이를 가리키고 누가 밥을 달라하면 난 밥그릇을 주네.
이전에는 마치 훈련된 동물처럼 나는 미세한 것까지 계를 지켰네. 이제는 내가 석가모니의 법복을 입고 있어도 천지의 모두가 웃으며 나를 묵은 쌀가마니라 부르네. 그의 위협적인 눈 빛에 은산이 무너지고 철벽이 찢겨졌네. 누가 그 피해를 조사하고 있는가? 이 생물은 이렇게 생겼네 - 마귀의 얼굴에 신의 머리를 하고 빨간 털로 덮인 몸에 뿔도 자라는 것 같네.
내가 남긴 흔적 돌아보지 않고 꿈 같은 환상의 세계 밟고 지나 가니 뻐꾸기 노래는 내게 집으로 돌아가라 손짓하고 이 소리 듣고 머리 젖혀 바라보니 누가 돌아 가라 했는가. 내가 어디로 가는지 묻지 말라. 이 무한 세계를 여행하매 내 발걸음 닫는 곳이 내 집이라네. 본래의 심지는 평안하며 영은 저절로 하나 되고 법은 쟁취하려 애쓸 필요 없네.
이 육신에서 진리를 체험하고 『신성』과 『불경』의 경계를 잊었다네. 몸은 지쳤으나 얼굴은 넋이 나갔으니 빛나는 새벽 별을 보매 세존(석가모니)께서 깨달음을 얻으셨네. 진정한 눈을 뜰 때 동공은 맑아진다. 그의 얼굴을 보니 눈물은 흘렸으되 흔들림이 없구나. 그의 아들이 저승으로 갔으나 염라대왕이여! 그가 우는 걸 보진 못하리.
혼자 듣고 생각하며 수행하여 본래 깨달음의 마음을 실현하라. 누구라도 동굴에서 신의 비전을 보면 - 너희 구도자들은 이해해야 하느니 관음께서는 보타산에 계시지 않는다네. 늦여름 밤의 정취는 깊어가고 높은 소나무 사이로 바람이 휘몰아치네. 가을이 다가오는구나.
흔들리는 대나무 소리 계속 울려 퍼지고 새벽 이슬의 눈물 떨어지니 온 힘을 다하는 자 도를 이룰 것이라. 고대 명상 수행하며 모든 것을 버린다 해도 슬픔의 의미는 잊지 못할 것이네. 『마음이 곧 부처다』- 말하긴 쉽지만 행하긴 어렵다네. 『마음도 없고 부처도 없다』-말하긴 어려우나 행하긴 쉽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