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보안보살
『선남자여, 이 보살과 말세의 중생이 모든 것이 환영임을 깨달아 얻어 비춘 영상을 멸하였기에 이때 문득 사방이 사라져 청정해지느니라. 끝없는 허공은 깨달음에서 나타나고 드러난 것이니라.
깨달음은 원만하고 밝으니 마음의 청정함이 드러나고, 마음이 청정해졌기에 보이는 대상이 청정하고, 대상이 청정해졌기에 안근이 청정해지고, 눈이 청정해지므로 보는 의식이 청정해지느니라;
의식이 청정해졌기에 소리가 청정해지고, 소리가 청정해졌기에 이근이 청정해지며, 이근이 청정해졌기에 귀가 청정해지므로 듣는 의식이 청정해지며; 듣는 의식이 청정해졌기에 각각의 감각기관이 받아들이는 모든 대상이 청정해지느니라.
이와 같이 코와 혀와 몸과 마음 역시 그러하니라.
선남자여, 감각기관이 청정해졌기에 눈이 보는 대상 즉 색진이 청정해지고, 색진이 청정해졌기에 귀가 듣는 대상 즉 성진이 청정해지며, 냄새와 맛과 촉감과 생각 역시 이와 같으니라.
선남자여, 여섯 감각기관 즉 육진이 청정해졌기에, 땅의 원소; 즉 지대가 청정해지고, 지대가 청정해졌기에 물의 원소 즉 수대가 청정해지며 불의 원소인 화대와 바람의 원소인 풍대 역시 이와 같으니라.
선남자여, 사대원소가 청정해졌기에 여섯 감각기관과 여섯 감각 대상, 여섯 감각 기관이 만든 여섯 의식과 스물다섯 종류의 존재가 청정해지느니라; 저것이 청정해졌기에 지혜 속에서 부처님의 열 가지 힘과 부처님의 네 가지 두려움 없는 성품과 부처님의 네 가지 막힘 없는 지혜와 다른 중생과 다른 부처님의 열여덟 가지 품성과 깨달음을 얻는 것을 돕는 서른여덟 가지 법이 청정해지고 이와 같이 팔만사천법문 모두가 청정해지느니라.
선남자여, 일체의 실상은 성품이 청정하기에 하나의 몸이 청정해지고 한 몸이 청정하기에 여러 몸이 청정해지고 여러 몸이 청정하기에 이와 같이 시방 중생의 원각까지도 청정하느니라.
선남자여, 한 세계가 청정해졌기에 여러 세계가 청정해지고 여러 세계가 청정해졌기에 이와 같이 허공이 다하고 삼세를 두루 감쌀 때까지 일체가 평등하고 청정하고 부동하니라.
선남자여, 허공이 이와 같이 평등하여 움직이지 않으니 마땅히 깨달음의 성품은 평등하여 움직이지 않음을 알라. 사대가 움직이지 않기에 마땅히 깨달음의 성품이 평등하여 움직이지 않음을 알라. 이와 같이 팔만사천법문도 평등하여 움직이니 않느니라, 마땅히 알라. 깨달음의 성품은 평등하여 움직이지 않느니라.
선남자여, 깨달음의 성품은 두루 가득하고 청정하여 움직이지 않느니라, 원만하여 끝이 없기에 마땅히 육근이 법계에 두루 가득함을 알라.
여섯 감각기관 즉 육근이 두루 가득하기에 여섯 감각 대상 즉 육진이 법계에 두루 가득함을 알라. 여섯 감각 대상 즉 육진이 두루 가득하기에 마땅히 사대 원소가 법계에 두루 가득함을 알라. 이와 같이 대 법문까지 법계에 두루 가득하니라.
선남자여, 저 묘한 깨달음으로 인하여 성품이 두루 가득하기에 육근의 성품과 육진의 성품이 무너지거나 섞이지 않고 여섯 감각기관인 육근과 여섯 감각 대상인 육진이 무너지지 않기에 이와 같이 대법문에 이르기까지 무너지거나 섞이지 않느니라.
마치 백천 개의 등이 하나의 방에 빛을 비춤과 같아서 그 빛이 두루 가득하지만, 서로 무너지거나 섞이지 않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깨달음을 성취하였기에 마땅히 보살은 법에 속박되지 않으며 법계에서 벗어남을 구하지도 않고, 삶과 죽음을 싫어하지도 않고, 열반을 사랑하지도 않고, 계율을 지킨다고 공경하지도 않으며 계율을 지키지 않는다고 미워하지도 않으며, 오래 배운 사람을 중요하다고 여기지 않으며 처음 배우기 시작한 사람을 가볍게 여기지도 않느니라.
왜냐하면? 일체가 다 깨달음이기 때문이니라.
비유하자면 눈빛이 앞의 풍경을 명확히 알고 그 빛이 두루 가득해서 미움과 사랑이 없는 것과 같나니. 왜냐하면? 빛의 실체란 둘이 아니기 때문이고 증오와 사랑이 없기 때문이니라.
선남자여, 이 보살과 말세의 중생과 더불어 이 마음을 닦아 성취한 자는 이 닦음도 없고 역시 성취한 바도 없느니라. 두루한 깨달음은 널리 비추니 적멸과 둘이 아니니라.
그 가운데에 백천만억 아승지의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많은 모든 부처님의 세계가 오히려 허공 꽃과 같아서 어지러이 일어나고 어지러이 사라지느니라, 나아가는 것도 아니며 떨어진 것도 아니며 속박된 것도 아니요, 벗어난 것도 아니니라.
바야흐로 알라, 중생이 본래의 부처를 이루니 생사 열반이 오히려 어젯밤 꿈과 같구나.
선남자여, 어제의 꿈과 같은 고로 마땅히 생사는 열반과 더불어 일어남도 없고 멸함도 없느니라, 온 것도 없고 갈 것도 없느니라. 그것을 깨달아 얻은 자는 얻을 것도 없고 잃을 것도 없으며, 취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느니라.
그것을 능히 증득한 자는 짓지도 않고 그치지도 않으며, 맡기지도 않으며, 멸하지도 않으니라. 이 깨달음을 얻은 가운데에는 증득할 것도 없고 증득 될 것도 없으며, 필경에는 증득함도 없고 증득한 자도 없느니라. 일체의 법성이 평등하여 무너지지 않느니라.
선남자여, 저 모든 보살이 이와 같이 수행하여 점진적으로 나아가며, 이와 같이 사유하고 이와 같이 머무르고 마음을 열어 깨닫고 이와 같이 법을 구하면 역시 미혹하여 번민하지 않을 것이니라』
이때 세존께서 그 뜻을 널리 펴시고자 게송을 말씀하셨다.
『보안보살이여, 그대는 마땅히 알라, 일체 모든 중생의 몸과 마음이 모두 환영과 같으니 몸의 형상은 사대 원소에 속하고, 마음의 성품은 여섯 감각기관이 인식하는 육진으로 돌아가느니라.
사대의 몸이 각각 흩어지건만, 사대가 결합한 자는 누구인가?
이와 같이 점차 수행한다면 일체가 다 청정해지리라, 두루한 깨달음은 움직이지 아니하고 법계에 가득하며 어떤 것을 억지로 짓거나 그치거나 맡기거나 모든 것을 멸함도 없고 역시 능히 얻을 자도 없느니라.
모든 부처님의 세계가 오히려 허공의 꽃과 같으니; 과거, 현재, 미래가 다 평등하고 마침내 오고 감도 없느니라.
처음 보리심을 발한 보살과 말세의 중생이 불도를 구하고자 한다면 응당히 이와 같이 닦고 익힐지니라』